정치정치하는 교회이거나 그렇지 아니한 교회
조헌정·김진호 외의 <자유인의 교회>
13.06.10 17:27 | 최종 업데이트 13.06.10 17:27 | 권성권(littlechri)
▲ 책겉그림 조헌정·김진호 외의 〈자유인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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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건물이나 제도에 국한시키지 않는 교회가 있다. 담임목사가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설교보다 평신도들이 돌아가면서 '하늘뜻펴기'식 설교를 하는 교회다. 찬양도 국악 장단에 맞춰 부르고 멋진 우리가락 추임새도 넣는다.

어디 그 뿐이랴? 그 교회는 예배당 밖인 평택의 대추리와 도두리 그리고 파주의 무건리를 찾아 주민들과 함께 예배한다.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도보순례단을 찾고,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예배하며, 아스팔트 위에서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펴 놓고 식사를 한다.

그야말로 건물로서의 성전, 성전 자체만을 우상시하는 풍토에서 벗어나, 생활 한복판에 자리를 펴는 교회다. 비록 심리적인 만족과 개인의 행복, 영혼의 구원과는 거리감이 있겠지만 사회와 민족, 인류와 세계를 품는 '하나님의 선교'를 구현하는 참된 교회다.

조헌정·김진호 외의 <자유인의 교회>는 60년 동안 그런 삶을 추구해 온 교회를 소개하고 있다. 바로 '향린교회'가 그렇다. 이 책은, 1953년 한국전쟁의 참화라는 민속의 시련 속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신앙동지들이 뜻을 모아 세운 그 교회가, 지금껏 한국교회에 어떤 대안으로 살아왔는지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 교회는 크게 네 가지의 창립이념을 갖고 출발했다고 한다. 이른바 '생활공동체', '입체적 선교', '평신도 교회' 그리고 '독립교회'가 그것이다. 우선 '생활공동체'란 '반수도원적인' 생활방식을 칭한다. 하지만 그런 삶은 교회의 상황과 형편 때문에 중간에 포기되었고, 다만 그 정신은 '생태마을 공동체'로 현재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입체적 선교'는 또 무엇일까? 그것은 교인들이 '선데이크리스천'으로 사는 걸 뛰어넘어 삶의 현장과 직업의 현장 속에 '하느님의 선교'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자는 취지라 한다. 그야말로 개인 구원에만 머문 게 아니라 사회전반을 향한 구원의 손길을 펴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평신도 교회'란 말은 얼핏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담임목사' 없이 '평신도'가 주체가 되는 교회 말이다. 한국에 그런 교회들이 있다. 그런데 향린교회도 최초 그렇게 출발했다가 점차 교인들이 몰려오자 담임목사 청빙을 결정해야만 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평신도 목회' 개념만은 계속 되살리고 있다고 한다. 교인들이 수평적 관계 속에서 각자의 목회 역량을 실현하고 있는 게 그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독립교회'가 있다. 그 가치는 교단의 대립과 분열 등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추진한 것인데, 그렇다고 '고립'을 위한 선택은 아니라고 한다. 더 많은 '연대'를 위해, 이른바 가톨릭을 포함한 기독교 전체와의 연합, 타 종교와의 대화, 나아가 하느님 선교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 비종교인과의 연대까지 포괄하는 에큐메니칼 정신을 추구하기 위해, 선택한 게 그것이었다고 한다.

사실 그와 같은 네 가지 창립정신은 향린교회를 넘어 한국교회가 담아야 할 시대정신이지 않나 싶다. 대부분의 교회가 교회 밖의 현실을 끌어안기보다 교회 안의 개인구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제도와 건물 중심의 제도권 교회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

"1991년 2월 20일 홍근수 목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강제 연행되었다. 이에 향린교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특히 3월 3일 교인들이 성가대 가운을 입고 십자가가 그려진 마스크를 쓴 채 노상기도회 겸 가두행진을 했다."(77쪽)

이는 제 2대 담임목사인 홍근수 목사의 행동과 뜻을 같이한 향린교회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민족통일에 기여를 하여 '구족사도'(救族使徒)로 불렸던 홍근수 목사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좌경-용공-빨갱이 목사'로 낙인 찍혔다.

그로 인해 그는 18개월간 옥중생활을 했는데, 그것이 교인들에게 내홍을 부르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창립 40주년을 9개월 정도 앞둔 그 시점에 다시금 그가 강단에 섰을 때, 교우들은 이전보다도 더욱 단결된 힘으로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5년간의 내분과 외환을 겪은 그것이 오히려 그들의 토양을 더욱 단단하게 구축한 계기였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는 '개독교'로, 한국 교회의 목사가 '먹사'로 불리는 상황이다. 교회가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고 곳곳에서 비판한다. 하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그대로, 스스로 고인 물이 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샘물이 되고자 고집하는, 향린교회야말로 또 하나의 생수같은 교회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60년 동안 추구해 온 그 핵심가치를 앞으로도 잘 구현하는 아름다운 교회, 가장 독특한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정말로 한국교회의 또 다른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는 교회, '앞으로도 희망이 되는 교회'로 사회적인 칭송을 받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