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프레임에 갇혀버린, 한국 교회의 자화상

[Book]'자유인의 교회'··· 민주화운동 앞장섰던 향린교회, '그리스도의 몸'으로 살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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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몸은 그의 정신과 육체가 어울려 살아온 세월의 내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자연으로부터는 육체적 몸을 빚어내고 종교 등 문화로부터는 정신적 몸을 빚어내 한 인격체의 몸을 완성해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사회도 마찬가지다. 서로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가치관과 법과 제도로 운영되는 사회는 그 구성원들과 각종 시설물들과 함께 일종의 '사회적 몸'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의 주춧돌을 놓았다고 할 수 있는 사도 바울은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표현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말씀이 빚어낸 정신이 신도들의 예배와 봉사와 친교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발생 초기에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받았다. 영성가 리처드 포스터가 쓴 '단순성의 기독교'에서는 125년경 기독교 철학자인 아리스티데스의 기독교인 묘사가 소개되어 있다.

"그들은 매우 친절하고 겸손하게 삽니다. 그들에게는 거짓됨이 전혀 없습니다.…(중략) 그들은 과부를 업신여기지 않으며 고아들을 박대하지 않습니다. 가진 자들은 갖지 못한 자들에게 풍성하게 나누어줍니다. 객들을 보면 그들을 자기 집에 거하게 하며 마치 그가 자신의 형제인 것처럼 그와 함께 즐깁니다.…(중략) 그리고 가난한 자가 죽었다면 자신의 능력껏 장례를 치러주었습니다."

역사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이처럼 아름답게 태어나서 자랐지만 수많은 영광과 상처로 점철되어 있음을 증언하고 있다.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에 한민족에 희망의 촛불로 타올랐던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홍성태 상지대 교수의 지적이다.

"시커먼 밤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시뻘건 십자가의 반문화적 행태, 좋은 말씀을 전하러 왔다며 남의 집 문을 멋대로 두드리는 외판원적 행태, 거리와 전철에서 멀쩡한 사람들을 죄인이나 바보 취급하는 비정상적 행태, 수천억 원의 돈을 들여서 거대한 교회를 짓는 경쟁에 골몰하는 개발꾼적 행태, 수많은 신도들의 공유재인 교회를 멋대로 자식에게 세습하는 반민주적 행태, 막대한 봉급과 이익을 챙기면서 세금은 사실상 한 푼도 내지 않는 비사회적 행태,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파괴하려 드는 비종교적 행태, 이권과 권력을 위해 정치꾼보다 더 강력히 정치적 활동에 몰두하는 세속적 행태 등은 그 중요한 예들일 것이다."

일부 대형교회나 비정상적인 광신자들의 행태를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덧씌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역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묵묵히 하는 건강한 교회들도 많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가 이런 부정적 프레임의 덫에 걸려있는 것은 부인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한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살아온 내력을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역사가 있는 많은 교회들이 몇 주년 기념행사 때마다 교회의 '자서전'을 내놓지만 비매품으로 교회 구성원들에게 배포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향린교회는 자신들의 전기를 일반 서점에 판매용으로 당당하게 내놓았다.

향린교회는 민중신학자로 유명했던 고 안병무 박사가 뜻이 맞는 신앙적 동지들과 함께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려는 실험적 신앙공동체로 출발한 교회이다. 이상은 높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독재정권시절에는 민주화운동에 앞장서기도 하고 뜻있는 젊은이들이 모여들기도 했지만 내분도 있었고 상처도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모습들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향린교회는 스스로 '자유인의 교회'로 규정했다.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해야 함에도 현세에서의 출세와 성공, 물질적 축복에 집착하여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었다는 성찰과 그것을 넘어서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 교회의 역사로만 읽기에는 '모델'이 되든 '반면교사'가 되든 많은 시사점을 주기에 일독을 권한다.

◇자유인의 교회=조헌정, 김진호 외 지음. 한울 펴냄. 398쪽.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