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린교회 ‘실험’에 시선 집중


[중앙일보 2005-04-22 22:00]

[중앙일보 조우석.강정현] 요즘 서울의 주요 교회들은 을지로 2가 향린교회(담임목사 조헌정)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1953년에 세워진 이 교회가 특별히 역사가 깊고, 신학자 안병무 교수.홍근수 목사 같은 유명 목회자가 활동했던 공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장(기독교장로회) 소속의 이 교회는 대형교회들과 달리 신자 450여명의 규모. 그럼에도 주목받는 이유는 이 교회가 벌이고 있는 `열린 교회` 실험 때문이다.

평신도 중심주의를 선언하며 세워진 이후 94년 목사 임기제(6년 중임제) 도입과 함께 교회 개혁을 선도해온 이 교회는 창립 52년 만에 처음으로 교회 운영의 헌법에 해당하는 장치인 정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부터 교회기구와 신자 전체가 참여한 가운데 10여 차례의 공청회 개최, 교회 홈페이지 의견 개진 등을 통해 정관 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관제정위원회(회장 박종권 집사)를 중심으로 5월 중 제정.공표될 예정인 정관의 핵심은 교회 내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큰 원칙이다. 조 목사와 박 회장에 따르면 열린 교회 구현을 위해 우선 모든 교회들이 갖고 있는 기구인 당회를 개편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당회는 교회운영을 관장하는 핵심기구. 대부분 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당연직 당회장이 되며, 시무 장로 10명 내외로 구성되는 것이 관례다. 문제는 이 기구가 운영의 전권을 행사하면서 비민주적 풍토를 조성한다는 비판을 일부에서 받아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향린교회는 당회에 부목사 2명은 물론, 30세 이하의 청년부 소속 신자나 장애인 등 평신도들을 일정비율 참여시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검토되는 것이 당회는 일단 놔둔 채 제3의 기구인 평신도 중심의 운영위원회를 신설해 견제와 균형 기능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둘 중 하나를 채택하게 될 정관은 5월 열리는 교회내 공동의회(전체회의) 투표를 통해 확정된다. 조 목사와 박 회장은 "요즘 젊은이들이 교회를 찾지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막으며 교회가 건강한 신앙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정관은 꼭 필요한 장치다"고 말했다. 젊은 신자들에게 자신이 교회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고 새로운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훈련까지 동시에 받게 하자는 것이다.

교회의 정관은 최근 1~2년 새 언덕교회.새길교회.갈보리교회 등 20여곳에서 제정됐거나 제정을 추진 중이며, 나머지 6만여개를 헤아리는 대부분의 교회는 관망 중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박득훈 공동대표는 "향린교회의 경우 대표성이 높고, 과정 자체가 민주적이어서 타 교회에 많은 모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wow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