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 5장24절-34절

주제 <coming out, 벽 깨기, 경계선 허물기>

 [성서  본문]

회당 밖에 있을 수 밖에 없던 사람들이 모여있는 호숫가 주변에서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자신의 딸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예수의 발에 엎디어 애원을 하여, 예수를 집으로 초대할 수 있었던 회당장 야이로와는 달리, 가산까지 탕진을 했으나 병세에는 차도가 없고, 사회적으로는 부정하다는 꼬리표가 붙은 채 꼬박 열두해를 살아 온, 아니 살았으나 죽은것과 진배없었던 이 여인에게 기적이 일어나고야 만 것이다.

 [말씀들여다보기]

레위기 15장 19절-30절은 여성의 몸에 생긴 부정을 벗는 예식에 대해 적고 있다. 월경이던, 하혈이던, 여성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부정하다 여김을 받았으며, 여성 자신 뿐 아닌, 잠자리, 옷, 물건, 함께 했던 남성까지도 부정하여 부정을 벗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부정(不淨)과 정(淨)으로 나누는 정결례법은 야훼의 거룩함을 근간으로 두고, 제사의식과 제의적인 정결 의식을 명시하는 것을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거룩, 정결 등의 틀거리를 갖고 그 잣대로 사람들을 판단했다. 그 가운데 실질적으로 희생을 당할 수 밖에 없던 이들은 가난한 자, 병자, 여성 등 사회적인 약자일 수 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지배계급을 확고히 다지는 역할을 율법이 담당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예수는 율법으로 사람을 억압하는 사회구조에 대해 끊임없이 고발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즉, 기적행위로 억압된 자들을 치유하며 해방을 안겨주며, 율법이 아닌 ‘사람’그 자체에게 하나님의 눈길이 있음을 선포한 것이다.

[말씀묵상]

하혈증 여인은 여성이자, 병자였다, 가산을 탕진했다는 것으로 보아 재산은 있었는지 모르나  기대어 함께 살 가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족이 있었다 한들 열 두해를 부정한 자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여인과 함께 살면 그 가족마저 부정한 자로 치부되었으니, 어디 함께 살 수 있었으랴.

그러던 이 여인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이 생겼으니, 온 동네에 퍼진 예수에 대한 소문이 들려왔다. 부정한 가운데는 무엇을 만질 수도, 누구와 만날 수도 없었지만, 예수를 만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무리들에 섞여 이리 체이고, 저리 체이며 최대한 가까이 가려는 몸짓을 했다.

감히 눈과 눈을 마주 대하지는 못할지언정 그 옷자락에 손이라도 한번 대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본 것이다.

과연 그의 옷자락에 손을 대자마자 하혈이 멈추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부정한 자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아닌 사랑을 담은 눈길로 예수는  그 여인을 바라보며 병의 완치를 선언하였다. 죽은 듯 살아왔던 이 여인에게 참 생명의 빛이 비춘 것이다!

 [도전받기]

오늘날 고난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십시오. 우리가 내면화 하고 있는 부정(不淨)과 정(淨)의 경계선을 허물고, 참 생명을 살리는 살리미로 결단해야 할 것들을 적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