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린교회 목회를 마치면서

 

14년의 부름 받은 기간 동안 담임목사로서의 직분을 무사히 마치게 됨을 먼저 하느님께 그리고 교우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향린 70년사를 쓰면서 보다 객관적으로 기술되리라 생각됩니다만, 개인의 심정으로는 윤동주 시인이 노래하였듯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는데, 그렇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고 지나간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좀 더 열심으로 교우들을 섬겼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앞섭니다. 저의 부족한 언어나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는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용서를 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시절 안병무교수님으로부터 신학을 배운 일은 물론 안선생님의 뜻과 손길이 깊이 새겨 있는 향린교회의 목회자로 있었다고 하는 사실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모든 교우님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마땅합니다만, 창립 때로부터 이 시간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교회를 섬겨 오신 홍창의장로님과 사랑과 격려로 이끌어 주신 황성규목사님과 김성환목사님을 비롯한 원로 장로님들과 권사님들을 비롯한 여러 신앙의 선배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큰 절을 올립니다. 또한 주차로부터 예배지휘, 식당봉사 등 여러 직책에서 말없이 봉사하여 오고 있는 모든 교우님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간 여러 훌륭하신 부목사, 전도사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기쁘고 특히 10년 이상을 한결 같은 마음으로 교회 관리 책임을 맡아 헌신하여 오신 이광종집사, 이전 사무 간사 일을 맡아주신 조명숙집사와 김숙희집사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진보교회의 상징인 향린교회가 진보 대통령의 시대를 맞아 새로 부임하시는 목사님과 함께 신앙의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끝으로 미국에 거주함으로 자주 뵙지 못했던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님 그리고 홀로 계시는 어머님, 아들과 딸 그리고 이로 인해 잦은 여행을 해야 했던 아내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함과 감사를 표합니다.

 

(이후의 글은 514일자 주보 목회자 마당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521일 오후에 있을 이임식에서 나눌 내용입니다.)

 

이후 저의 사역에 관련하여 말씀드린다면, 그간 제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사회적 소임에 더 열심히 하고자 합니다. 현재 제가 맡고 있는 직으로는 창간 1주년을 맞이한 <진보언론 민플러스 이사장>, <평화통일연구소 이사장>, <615서울본부 상임대표>, <서울평화행동 상임대표>, <NCCK 화해통일위원> 등등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제가 은퇴 연령에 도달하지 않았기에 작은 교회에서의 목회도 병행하고자 합니다. 부산에서 민주화운동에 앞장을 섰던 믿음교회(김영수목사 시무)가 있었는데, 목사님께서 15년 전 갑작스럽게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후 소수의 남은 교인들(10여명)에 의해 지금까지 기도 모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오랫동안 예배 중 하늘뜻펴기를 저의 향린에서의 한주 전 하늘뜻펴기를 갖고 펴왔습니다. 그래 제가 신앙의 빚을 지고 있어 이 빚을 갚기 위해 얼마동안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이분들과 뜻을 같이 하고자 합니다.

 

향린교우 여러분!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기뻤습니다.

 

주 안에서 강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17514

 

조헌정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