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주관(2012년 1월 4일)

100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조헌정목사


우리가 아는 대로 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수요시위는 한국정신대문제 대책 협의회가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하여 오늘까지 1003회째를 이어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명예롭고 아름다운 시위‘이다.


지난 20년동안 우리는 일본정부를 향해 조선인 여성들을 종군위안부로서 강제 연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할 것과 만행의 전부를 스스로 밝히고 희생자들을 위하여 추모비를 세우고 생존자와 유족들에게 배상할 것과 그리고 이러한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역사교육을 통해 이 사실을 가르치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20년간 변화가 없다. 난 일본인 몇 사람을 알고 있다. 주로 그리스도인들인데, 그들은 조선인들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그리고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를 학교에서 부르지 않도록 요구하는 청원을 하는 등 정부를 대상으로 엄청난 투쟁을 해온 사실을 알고 있으며 매우 존경하고 있다. 일본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예의가 바른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빵점이다.


한국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이명박대통령은 오히려 과거를 덮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했다. 그래 그동안 일본 수상을 만나서도 한마디 말이 없다가 지난 12월에 들어서야 겨우 한마디 했다. 헌재가 정부의 책임으로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판결이 나고, 또 1000 번째 시위로 우리 시민들의 관심과 요구가 높아지자 할 수 없이 취한 정치적 제스쳐였다.


우리는 일본정부가 반응이 있든 없든 우리 자신의 역사를 바로 세워가기 위해 이 집회는 계속되어야 한다. 난 목사이지만, 우리나라의 기독교인들의 몰역사적인 신앙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성서가 무엇인가? 그것은 압제당하고 핍박당하는 자들과 함께 하는 하느님을 말하고 있는 책이다. 구약성서의 중심이 되는 모세 율법의 핵심은 가난한 자와 떠돌이들과 이방인들을 보호하라는 소리이다. 예수 또한 마찬가지이다. 국가 권력으로 피해를 당한 민중들의 권리를 회복하고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땅의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살아서는 부자가 되고 죽어서는 천당에나 가고자 하는 매우 잘못된 가르침에 빠져 있다. 성서에 위배되는 신앙이다. 자기 혼자만의 구원을 위한 이기주의자가 되어버렸다. 국민 다수도 오직 자기 자신의 배부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보다 배부른 돼지가 되려고 하고 있다. 모두가 경쟁과 성공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래 죽음의 문화가 이 사회를 덮어가고 있다. 세계 제1위의 자살공화국이 되었고, 이제는 십대들이 자살하고 있다. 이 죽음의 행렬을 끝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위안부 할머님들의 한의 소리에 귀를 기울려야 한다. 이 앞에 어린아이들이 앉아 있는데, 이렇게 어려서부터 우리의 피맺힌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유태인들이 자신들의 한 맺힌 역사를 보관하고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잊혀지지 않는 사진이 있다. 그것은 유대인 여성들을 발가벗겨 일렬로 행진하게 한 다음 그 곁에 서서 웃고 있는 독일병사들의 사진이다. 유대인들은 바로 이러한 수치스러운 사진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 의식을 지켜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이 자리는 매우 귀한 자리이다. 우리는 지난 20년에 걸쳐서 이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이 할머님들에게 깊은 경외를 표하고 이분들의 행동을 본받아야 한다. 이분들의 용기와 끈질긴 기도를 본받아야 한다. 최초 공개증언을 한 고 김학순 할머님과 이를 이어 오늘의 운동이 있게 하신 김복동할머님을 본받아야 한다. 여기에 계신 위안부 할머님들은 우리를 깨우시는 살아있는 역사 선생님들이다. 우리의 양심, 일본의 양심 아니 세계의 양심이 잠들지 못하도록 흔들어 깨우시는 분들이시다.


우리는 이분들과 함께 일본정부의 사죄를 꼭 받아내야 한다. 이제 남은 생존자들은 60여명밖에 없고 모두가 노령자이다. 일본은 지금 이분들이 다 돌아가시면 우리 시위가 끝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다짐해야 한다. 할머님들이 다 돌아가신다 해도 우리의 이 수요시위는 계속할 것이라고... 더 나아가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평화운동에 나서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희생당하는 사람들은 어린이들과 여성들이다. 이 여성들은 다름 아닌 우리의 누이들이요 우리의 어머니들이다.


그래 남북이 하루 속히 평화통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전 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고, 외세는 물러가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외세의 농간으로 지난 백년간을 한과 눈물 속에서 지내오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로 인해 우리 한반도는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핵항공모함이 들어와야 하는 대규모 해군기지가 왜 필요한가? 그것도 제주도 저 남쪽에 말이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미군용 기지이다. 평택미군기지 또한 대중국용 기지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런 대국들 틈바구니 속에서 서로를 미워하는 이념의 포로들로 살아가야 하는가. 너무 억울하다. 지금 남쪽이나 북쪽이나 돈 벌어서 모두 무기 수입과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북은 핵 개발에 그리고 남은 무기 수입에서 세계 제 1,2위를 다투고 있다. 뼈 빠지게 돈 벌어서 무기 수입을 하는데, 그것도 별로 효력도 없는 중고품을 구입하거나, 아니면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F35전투기를 구입하고 있다. 이는 남한의 전시군통제권을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국가가 되려면 이를 빨리 되돌려 받아야 한다. 그런데 주겠다고 하는데도 받지 않겠다고 하니 이게 무슨 수치인가?


이런 일을 위해 먼저 우리는 위안부할머님들의 한이 빨리 풀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온 백성들의 역사의식이 깨어나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억울한 희생자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운동가로 나서야 한다. 바로 그런 나라가 우리 기독인들이 바라는 이 땅에 임하는 하느님의 나라이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자는 하느님의 딸과 아들이 될 것이다라고 주님은 말씀하셨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은 모두 귀하신 하느님의 딸과 아들입니다. 하느님의 인도가 올 한해도 함께 하시기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