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에 대한 안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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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열사 40주기 추모 기도문
-2010년 11월 13일 마석 모란공원-
하늘과 땅을 지으시고 사람을 당신의 모습을 따라 지으시어 이 세상을 잘 다스리라 부탁하신 역사의 하느님,
땅의 열매들이 자기 몸을 채워 다른 생명체들을 위해 자신을 드리는 이 결실의 계절에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 기독 청년 전태일열사를 기억하고 그의 뜻을 따르는 당신의 자녀들이 열사의 무덤 곁에 둘러섰습니다.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 잃은 어둠의 시절, 조국의 부활을 노래했던 한용운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그렇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님은 갔습니다. 독재와 자본의 벽을 뚫고 민주와 민중의 부활을 향해 역사의 좁은 길을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아버지여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고 피땀 흘려 기도했던 예수를 따라, 저 청계 다락에서, 거리에서, 삼각산 기도원에서 님은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기도했습니다.
인간을 물질화하는 맘몬의 신에 저항하고, 평등하게 살아가도록 부름 받은 인간 사회에서 왜 가난한 자는 부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그게 과연 신의 뜻입니까? 하며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님은 당신을 향해 항의하며 때로는 순간순간 찾아오는 삶의 축복을 동지들과 더불어 나누고자 애썼습니다. 3년여의 세월을 청계천 작업장에서 도봉산 기슭까지 지친 몸이지만, 어둔 밤을 밝히기 위해 하나의 촛불이 되어 새벽을 노래하셨습니다.
그리고 님은 자신이 돌보지 않으면 안 될 연약한 생명체들 곁에 영원히 남아 있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기로 결단하셨습니다.
이 믿음, 이 결단, 이 생명 사랑이 오늘 이 자리에 둘러선 우리 모두의 믿음이고 결단이고 생명사랑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자리를 떠나는 시간, 우리 모두 전태일의 분신들이 되어 이 땅이 하늘의 정의와 평화, 평등이 펼쳐지는 일에 주체들이 되게 하소서.
애통하는 자의 마음을 헤아리시어, 저들을 위로하시는 주님. 오늘 특별히 간구하옵기는 지난 40년의 세월을 하루같은 마음으로, 지고한 정성으로 아들의 뜻을 펼치기 위하여 온 몸으로 버텨오신 이소선 어머님 위에 하늘의 자비와 은총이 한없이 나리시옵소서. 어머님의 기도처럼 이 땅의 노동자들이 모두 하나되어 민중이 주인되는 새 역사를 이루게 하시옵소서. 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을 품어 안게 하시고, 비정규직은 이주노동자들을 품어 안게 하시옵소서. 그리하여 대동세상, 하늘의 뜻이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나라 반드시 이 땅위에 세우게 하시옵소서.
열사는 가셨지만, 그러나 우리는 님을 떠나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아니 님은 부활의 몸으로 우리 안에 살아 있습니다.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으로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우리 안에 영원토록 살아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말씀을 민중과 더불어 그리고 민중을 위해 그리고 마침내 전태일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깨어 있는 민중으로 부활하신 갈릴리 청년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