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에 대한 안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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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교수님의 교수 퇴임을 축하드리며
개인 야욕에 불탄 이 땅의 지배자들이 심어 놓은 이 시대의 거짓 우상들의 실체를 학문적인 결과를 통해 여실히 드러내며 남북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해 일생을 투신하여 오신 강정구교수님의 교수 퇴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는 다만 저와 강교수님과의 관계가 단지 한 교회의 목사와 교우라는 틀 안에서가 아니라 세계 평화의 실현이라는 보다 크고 깊은 인식의 틀 안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본래 강정구교수님은 향린교회의 저의 전임이자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공동대표이셨던 홍근수목사님과 더불어 깊은 신앙의 유대와 실천을 함께 해 오셨고, 교회 안에서는 삶의 동반자이신 노재열장로님과 함께 자유와 해방의 실천적 신앙의 본을 보여 오셨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바, 만경대 필화 사건과 ‘맥아더를 아시나요’라는 시대적 글을 통해 동국대 안에서의 후학들을 길러내는 교수로서의 역할은 상당한 제약을 받으셨지만, 그러나 이로 인한 학문 탐구는 더욱 심화되었으며 계속된 저작 출판과 외부 강연을 통해 강교수님의 활동은 학교의 담을 넘어서게 되었던 것입니다.
본래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그 본 이름이 말하듯, 결코 대학의 상아탑 안에 머물 수 없는 학문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활자와 교탁이라는 대학의 건물 안에 머물러 왔습니다. 그러나 강교수님의 학문적 열정과 민족사랑은 이러한 경계를 무너뜨리고, 본래의 학문성을 되찾게 하였다는 점과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주어진 고난과 역경은 오히려 인간의 한계 상황을 뚫고 역사의 진실을 드러낸다’고 하는 점에서 강교수님의 사회성이 증명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신학 또한 일찍이 예수께서 당시의 정치 사회의 기득권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에게 ‘예루살렘 성전의 벽을 허물어라. 그리하면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고 천명하신 것처럼 이 땅의 고통 받는 바닥 민중들의 삶 속에서 자라나고 뿌리내리고자 하는 자유와 해방의 학문이지만, 서구 이천년의 논리 중심의 신학은 오히려 인간의 부조리한 현실을 외면하고 부당한 사회 지배 계층을 보호하고 옹호하는 노예 이데올로기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점에서 사회학과 신학은 비록 학문의 대상과 학술 용어는 다르지만, 강교수님과 저는 학문의 본질성에 있어 일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반도 안에서 말해지는 모든 학문은 정의 평화 생명 실현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이 땅의 소외받는 민중의 부당한 현실에 대해 침묵하고 분단 현실에 대해 분개하지 않는 학문은 죽은 학문이자 노예 학문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고 말한 철학자 아도르노의 얘기와도 일치하고 이점에서 강교수님 또한 흔쾌히 동의하리라 믿습니다.
이제 대학 사회에서의 교수로서의 퇴임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러나 이제부터 대학너머 사회에서의 깨어있는 지성과 학자적 양심으로서의 교수님의 활동은 더욱 더 힘차게 전개되리라 믿어 퇴임의 축사가 아닌 취임의 축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강교수님을 기억하는 오늘의 모임이 학문의 자유라는 역사 불변의 횃불을 더 높이 치켜드는 기념비적인 자리가 되고 분단의 현실을 넘어 민족 화해와 통일을 앞당기는 대동축제의 자리가 될 것을 확신합니다.
끝으로 삶의 동반자로서 때로는 아픔을 당하는 당사자보다 더 깊고 진한 아픔을 겪으시며 하늘을 향한 기도의 외침을 통해 가정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 오신 노재열장로님과 두 아드님 위에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하늘의 크고 깊은 사랑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안식년 여행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2010년 7월 23일
독일의 헬프타 수도원에서 조헌정목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