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몰도
  • 글쓴이: 낙동강잉어
  • 조회수 : 2
  • 08.08.0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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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매물도 소매물도 망태봉에서 내려다 본 등대섬...
ⓒ 이명화
소매물도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바다로, 계곡으로 여름피서를 떠나는 계절이다. 강철이라도 녹여버릴 듯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아래 비좁은 도심을 벗어나 너와 나,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계곡으로 여름피서를 떠나는 계절에 말로만 듣던 소매물도를 만나러 가는 길.

 

7월31일. 부지런도 하지, 어디서부터 온 사람들일까. 이른 아침부터 참 많은 사람들이 소매물도행 첫 배에 올랐다. 8시 30분이 조금 지나서 여객선은 선착장을 벗어나 바다 한가운데로 나갔다. 곧 저구마을은 눈앞에서 멀어지고 배는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갔다. 선실에서 나와 해무에 깔린 이른 아침바다와 바닷바람을 쐬며 서 있었다. 멀리 멀리 펼쳐진 푸른 바다, 그 바다에 점점이 수놓은 크고 작은 섬들, 섬 허리를 감싸고 있는 짙은 해무, 파도가 제법 높았다.

 

   
▲ 소매물도 등대섬에서 내려다 본 소매물도 공룡바위... 가파른 언덕에 군락을 이룬 노란 원추리꽃들과 엉겅퀴꽃...
ⓒ 이명화
소매물도

 

30분 만에 소매물도에 도착했다. 쨍하고 금이라도 갈 듯 맑은 날씨, 작열하는 태양아래 숨을 곳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소매물도,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뜨거운 태양아래 벌거벗은 듯이 노출되었다. 평지가 거의 드문, 가파른 언덕에 앉은 오래된 집 몇 채, 그리고 민박집들이 오밀조밀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바닷가 높은 바위 위에는 강태공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고, 맑고 푸른 하늘 위에는 솜털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여객선은 30여분 동안 담아 온 사람들을 선착장에 토해냈다. 가감 없이 쏟아 붓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손바닥만한 그늘이라도 있으면 그 아래 몸을 숨기고 싶을 만큼 뜨거운 날씨였다.

 

소매물도는 면적 0.51㎢, 해안선길이 3.8km, 최고점 157.2m로 웃매미섬이라고도 한다. 통영에서 남동쪽으로 26km 해상에 위치해 있는 이 섬은 1999년도에만 해도 인구가 44명이었다. 대매물도와 바로 이웃하고 있으며 매물도라 부른다. 동쪽의 등대섬과는 물이 들고 남에 따라 70m의 열목개 자갈길로 연결되었다가 다시 나누어지곤 하는데, 옛날 중국 진 나라 시황제의 신하가 불로초를 구하러 가던 중 그 아름다움에 반했다고 한다.

 

   
▲ 소매물도 소매물도 망태봉에서 내려와 좁은 비탈길을 따라 등대섬을 만나러 가고 있다...
ⓒ 이명화
소매물도

   
▲ 소매물도 이 물길 따라 너를 만나러 간다...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을 잇는 몽돌길을 건너고 있다.
ⓒ 이명화
소매물도

소매물도엔 인가가 드물고 민박집, 펜션 등이 한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선창에 내려서 등대섬이 가장 잘 보인다는 망태봉(152m)까지 올라가는 언덕길에 내리쬐는 여름 햇볕은 화살처럼 날카로웠다. 어쩜, 이렇게도 그늘이 없담, 참으로 난감할 정도로 적나라한 햇볕이었다. 하기야 오늘 경남 날씨는 특별 폭염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뜨겁다고 기상대는 예보했었다. 좁은 언덕길을 따라 걷다가 작은 양철지붕 아래 민박집 마당에 할머니가 빨래를 하고 있어 물 좀 마실 수 있는지 물었다.

 

이곳 소매물도는 물이 아주 귀했다. 지하수 물로나마 입을 축여야 했다. 물이 부족해서 그런지 이곳엔 밭도, 논도 없었다. 청정해역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모습은 이따금 볼 수 있었다. 할머니는 거의 다 쓰러져 가는 작은 이 집을 섬 여행 온 사람들에게 민박집으로 내고 있었다. 제주도가 고향이라 제주 할머니 집이라고 이름 하는 할머니는 통영에서 살면서 여름에만 이곳에 와서 지낸다고 했다.

 

할머니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소매물도에 서른여섯 명 정도 살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 열 명 정도 살 뿐이라고 했다. 민박 문의전화를 받는 제주 할머니한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나왔다. 다시 오르막길, 겨우 만난 숲 그늘은 얼마나 반가운지, 땀으로 젖은 몸을 잠시 말렸다. 망태봉은 고작 152m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낮은 산이었지만 살인적인 무더위에 나는 1500m만큼이나 높은 것처럼 힘겨워했다.

 

   
▲ 소매물도 등대섬에서 내려다 본...쪽빛 바다...기암절벽들...
ⓒ 이명화
소매물도

   
▲ 소매물도 끝없이 펼쳐진 쪽빛 바다...높은 바위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 이명화
소매물도

소매물도의 망태봉에 올라보니 저만치 등대섬이 내려다 보였다. 환상의 섬이었다. 망태봉에서 등대섬으로 향했다. 마침 물길이 열리고 있었다. 크고 작은 몽돌로 이루어져 있는 열목은 하루에 한 번 물길이 열린다. 마음 급한 사람들이 아직 물이 다 빠지지 않은 몽돌길을 건너는 것을 보며 우리는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가 열목에 당도했다. 양쪽에서 바닷물이 밀려나가고 다시 들어오면서 물보라를 일으켰다.

 

   
▲ 소매물도 하루에 한 번 열리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잇는 몽돌길... 만나러 갑니다...
ⓒ 이명화
소매물도

겨우 물길이 열리는 몽돌길을 건너면서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다. 수영을 할 줄 아는 나 같은 사람이야 물길을 건너다 파도에 휩쓸려 순간적으로 넘어져도 헤엄을 치면 되지만, 수영을 못 하는 사람은 되도록이면 물이 많이 빠지고 난 다음에 건너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물이 다 나기 전에 이 물길을 건너다가 파도에 휩쓸려 죽은 젊은이들도 더러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소매물도의 부속섬이랄 수 있는 등대섬에 닿고 싶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몽돌길을 건넜을까. 빨리 닿고 싶어 완전히 물이 빠지지 않은 파도치는 몽돌길을 서둘러 건너는 사람들을 따라 나도 철썩이는 파도 사이로 물길을 건넜다. 등대섬, 너에게 닿고 싶어 나는 이 물길을 건넌다. 유일하게 하루에 한 번 열리는 이 물길을 따라 너에게로 간다. 물길을 열며 너에게로 간다.

 

등대섬 선착장 바위 부근에서 높은 파도에도 불구하고 수영을 하는 몇몇 사람들도 있었다. 시원한 얼음물을 가지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불볕더위 속에서 물은 턱없이 모자랐다. 소매물도 항로표지관리소에서 물을 좀 마실 수 있는지 물었다. 이곳은 물이 아주 귀해서 물을 사온다고 했다. 작은 물병 한 병에 천원, 그나마 싼 편이었다. 소매물도 산장에서는 대부분 2천원이었으니까 말이다.

 

쨍하고 맑고 푸른 하늘엔 흰 구름으로 수를 놓고 있고 쪽빛 바다와 기암절벽들과 어우러져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등대섬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소매물도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뜨거운 햇볕을 가릴 곳이라고는 없는 작은 등대섬, 유일하게 그늘 밑에 쉴 수 있는 곳은 등대 아래였다. 주변경관을 조망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겨우 앉았다. 소매물도 망태봉 아래 공룡바위가 확연히 드러나 보였다.

 

   
▲ 소매물도 등대섬...그 아래 펼쳐진 쪽빛 바다...기암절벽들... 유람선이 돌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 이명화
소매물도

   
▲ 소매물도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잇는 몽돌길을 걸으며...파도가 부서지고...
ⓒ 이명화
소매물도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을 바라볼 때와 등대섬에서 소매물도를 바라볼 때,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등대섬의 등대는 일제 강점기에 세워졌으며 면적이 7만4009㎡(2만2388평)로 하얀색의 원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높이는 16m나 된다. 이곳 등대 불을 밝히는 등명기는 대형프리즘 렌즈를 사용하고 있어 그 규모가 웅장하며, 48km까지 불빛을 비추어 남해안을 지나는 선박들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등대섬 주변 일대를 돌아보았다.

 

촛대바위, 매 바위, 오륙도 등 짙은 바다 빛과 함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동해바다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수평선이 특징이라면, 남해바다는 그 푸르른 바다에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수를 놓고 있는 것이 특징이랄 수 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에는 유독 짙은 보랏빛 엉겅퀴꽃과 나리꽃, 샛노란 원추리꽃들이 폭염 속에서 비탈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등대섬 일대는 금방 돌아볼 수 있었다. 발로 밟는 곳, 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마다 아름다웠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잇는 열목은 이제 물이 많이 나서 제법 넓은 몽돌밭길을 만들고 있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를 잇는 몽돌길을 건너지 못할까봐 마음 졸이지 않고도 넉넉히 지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그렇게 몽돌길로 서로를 잇대고 있었다. 썰물 뒤 다시 밀물이 되어 길이 지워지기까지는 맘 놓고 해포를 풀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것이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내일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오늘 물길이 닫히면 내일 또 열릴 것을 믿으면서.

 

   
▲ 소매물도 푸르른 하늘...그 위에서 한가한 흰 구름..등대섬을 향해 걸어가는 어린 아이와 엄마...
ⓒ 이명화
소매물도

등대섬을 돌아본 후 다시 몽돌길을 건넜다. 한낮이 될 수록 날은 더 뜨거워지고 있는데도 등대섬을 찾아 물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많았다. 낮 2시 배를 타기로 했다. 선착장은 뜨거운 태양열 아래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통영 가는 여객선이 먼저 도착하고 떠나자 거제 저구행 여객선이 곧 당도했다.

 

불볕더위 속에서 찾은 소매물도,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사는' 곳, 하루에 한번 몽돌길이 길을 내면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타는 듯한 마음으로 만나는 섬, 언젠가 봄이나 가을에 다시 오마, 그때 다시 물길을 건너면서 재회 하자꾸나, 하는 마음으로 점점 멀어지는 소매물도를 일별했다.

 

여행수첩

*일시: 2008.7.31(목). 맑음

*진행:거제저구항(8:30)출발-소매물도선착장(09:20)-스쿨하우스(10:10)-망태봉정상(10:20)-등대섬으로 물건넘(11:00)-등대섬정상(11:30)-식사후 하산(12:00)-물건넘(12:30)-스쿨하우스(1:10)-소매물도 선착장(1:35)-저구항으로 출발(2:30)-저구마을 도착(3:10)

*교통:남양산IC(05:20)-(거제사곡삼거리-해금강-동부면-남부면)-거제도 저구마을(08:20):3시간 소요

*저구항-소매물도 요금: 11,000원(30분소요)

*여객선시간:거제 저구항-소매물도: 08:30, 11:00, 13:30, 15:30/ 소매물도-저구항: 09:00, 11:30, 14:00, 16:00(통영 여객터미널에서는 1일 3회 정기여객선 운항됨. 1시간 30분 소요됨. 07:00, 11:00, 14:00출발, 왕복 25,200원)

*여행정보: 거제 저구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해금강, 바람의 언덕, 신선대, 외도, 몽동해수욕장 등 볼거리들이 많이 있다.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다보면 푸른 바다와 해수욕장 등이 있고 드라이브 하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