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9일  목회기도                                                           고경심 장로

놀라운 생명의 기적과 아름다움을 주신 하느님,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진 우리나라는, 이라크 전쟁에서 희생당한 사망자 수를 능가하여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만 명이 넘고 있습니다. 당신이 허락하신 놀랍고도 아름다운 생명을 중단하는 이 아픈 현실을 바라보며 기도합니다.

먼저 우리에게 자신의 아픔을 느끼고, 그것을 “아프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그리고 “아프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때, 옆에 있는 우리가 그 아픔을 함께 느끼는 공감 능력을 주십시오. 혹시 우리가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해 주십시오.

“나 바쁘니까 이따 얘기해, 참아, 나도 너처럼 힘들었어, 한때 고비니까 잘 넘기면 돼, 그게 뭐가 힘들다고 그러니? 옛날엔 그보다 더한 일도 있었어, 세상은 험하니까 잘 견뎌야 해, 무조건 피할 수 없다면 즐겨, 긍정의 힘을 믿어!”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잘 듣기보다, 나의 생각과 경험을 앞세우며 먼저 충고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해 주십시오.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과, 왜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 물어보고, 함께 고민하고 이해하고 느끼는 노력을 해왔는지 성찰하게 해 주십시오.

이것은 단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아주 작은 사소한 일일지라도, 누군가가 “문제다”라고 말할 때,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뭐가 문제야, 사회질서와 권위에 반하는 일이니까 조용히 하는 게 좋겠어, 시끄러워지면 체면이 문제고 골치 아파” 하고 반응하지 않았는지 성찰하게 해 주십시오.

갈릴리 민중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치유기적을 보여주신 예수님,

당신을 향해 자신의 상처와 아픔과 증상을 밝히고 호소하는 병자들을 치유하시고, “네 삶으로 돌아가라”고 하셨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치유기적은, “나는 아프다”, “나는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용기 있게 감히 앞에 나서서 당신께 말하고 사람들에게 알렸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고백합니다. 어쩌면, 나의 사적인 아픔이 공적인 아픔으로 드러날 때 치유의 기적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당신께서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아픔들을 봅니다. 혼자 숨죽여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아픔들이, 실은 개인 혼자의 아픔이 아니고, 이 사회의 아픔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게 됩니다.

돈과 권력과 명예를 위하여 오래된 우정과 신의를 저버리는 사람들,

자본의 세력에 맞서 싸우다 해고된 노동자들,

자연 보호와 평화를 위하여 막개발에 맞서는 사람들,

핵발전의 엄청난 위험이 바로 옆 나라에서 그대로 드러났는데도 핵에너지를 유지하려는 정부정책 때문에 온 국민의 미래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일들,

외모와 건강까지도 자본의 논리에 포획되어 순응하는 사람들,

엄청난 시간의 학습노동에 갇혀 숨막혀하는 학생들,

이 모든 것을 겪는 사람들의 고통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우리 사회의 아픔임을 고백합니다. 이 아픔이 왜 아픈지, 예수님처럼, 물어보고 만나고 공감하고 함께 싸우도록 용기를 주십시오.

삶의 중요한 순간에 내려야 할 결단은, 이기고 지느냐가 아니라, 싸울 것이냐 말 것이냐 라는 것을 예수님은 이천년 전 갈릴리에서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향린인들은, 오늘도 당신을 따르는 삶을 묵상합니다.(침묵 기도)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하였다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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