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 여러 분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요즘은 교회 게시판에 글이 뜸하더라구. 글 좀 써."

그런 말을 들으면 참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열독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기쁘기도 하지만 빚진 자같은 마음도 크다.
뭐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나는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처럼 좀체 몸에 기합이 안 들어가고
의욕도 없고 심드렁하니 일상의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만 겨우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나는 논객 스타일은 절대 아니라서...
(논객질은 20대에 그만 둔 지 오래~~ PC통신만으로도 질렸다. 어차피 결국엔 인신공격인데....)

더군다나 요즘 교회 게시판은 보면 혈압이 올라서 더 글을 쓰기가 싫다.
물론 남들도 글을 쓸 때 나처럼 머릿 속 모든 걸 쥐어짜가면서 완성한
옥동자들을 게시판에 올려놓으리라 예상하지만.....

독자를 의식하지 않는...
그저 내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전하려고 하는...
그러한 화자가 게시판을 독식하는 현상을 보고도 뭐라 말 못하면서...
현실을 보는 눈이나 논리전개의 방향성에 문제가 없어도
독자가 거부하는 스타일의 게시판 글쓰기는 결국 도배질 정도로만 인식될 뿐이다.

마치 신앙이 없고 아무것도 모른 체 하면서
징징거리며 초딩처럼 이거 가르쳐달라 저거 해달라 그런 제목으로 낚아서
결국 지금껏 우리 교회를 재단질하던 기준으로 교묘히 글을 쓰는...
자기 힘으로 알아볼 생각도 없고 알아볼 마음도 없어 보이는 화자에게는
성실하게 답변하면서...

정작 새로 공동체 일원이 된 화자가
자기 부모님이 피땀흘려 키운 열매를
공동체 식구들이 같이 나누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으로
게시판에 판매 글을 올린 걸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걸 보면서....
혈압이 올랐다.

더 혈압 오르게 하는 건...
열린 공간과 소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시판이지만...
모두에게 오픈 되어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늘 자기검열과 자진삭제라는 압박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하며
실제로 게시판 상에서 격렬하게 토론과 토의를 거쳐 해결해가야할
교회 내부의 문제를 너무나 거론하기 어려운 지금의 상태이다.

그러니까 회의를 해도 의견 수렴이 안 되고
심지어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아닐까?

분명 교인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지금은...
문제의 공유 및 인식, 토의나 토론, 문제 해결 및 결과 정리가....
너무 어수선하고 명료하지 않다는 게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그런데도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이런 편리한 기능의 게시판이...
보이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이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제 기능을 못한다는 건 참으로 안타깝고 열받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부끄럽고 수치스러우며 쉬쉬 덮어야 할 문제일까?

크게는 공동의회부터 작게는 신도회 회의까지...
지속적인 내부 논의 없이는 다 모여봤자 여태까지 진행된 사건의 과정 설명하다 볼 일 다 보게 된다.
그리고 큰 의견의 흐름이 정리되지 않으면 소소한 잔가지가 발목을 잡아서 큰 줄기와 뿌리는
제대로 손 볼 사이도 없이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 결국 나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위태위태하게 계속 무마하려고 한다면 결국 그것이 발목을 잡아서 넘어지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욕먹는 이유가 볼통이었는데...
요즘 우리 교회도...
젋은이들의 강력한 요청이 불통 상태인 걸 보면....
뭔가 작동 기제가 고장나도 한참 고장난 것 같다는 무시무시한 생각을...
도대체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진리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폭력'과 '수치심'은 가하는 자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느끼고 당하는 자의 기준으로 본다.
비슷한 문제로 국회의원이 제명당하는 세상임을 절대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이건 여담인데...
이제 자기 검열 글쓰기는 한계가 온 것 같다...
공문 작성이나 정부 관련 민원 글쓰기보더 더 심한 자기검열이 필요한
교회 게시판 글쓰기가 너무 힘이 들어서 더 이상 잘 되지 않는다....^^;;
관리하기 지겹고 해킹당해 몽땅 삭제하느라 짜증났지만 나도 다시블로그질을 해야되나 싶을 정도이다...
설마 나같은 사람까지 민간사찰하랴 싶으니까.
(교회 게시판보다는 사찰을 덜 받을 것 같기도 하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