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5_성령강림열두째주일/평화통일주일

녹슬은 철망을 거두고 / 이사야 28:14-22 ; 로마서 14:13-19

찬67장, 영광의 왕께 다 경배하며 / 찬 582장, 어둔 밤 마음에 잠겨 / 국찬 171장, 통일의 노래


[오키나와와 한반도]


지난 주일, 우리는 오키나와의 역사와 현황을 통해 평화의 머릿돌이 되고자 하는 우찌난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다시 가슴에 새긴 내용은, 한반도가 긴장상태가 되면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기지 또한 긴장상태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의미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나 카데나 기지를 중심으로 한 비행기 폭음, 오발탄, 오염물질 방출 등의 피해는 상당합니다. 용산기지 탐방을 가신 분들, 무건리, 매향리 등등을 직접 방문해보신 분들도 어떤 상황인지 가늠이 되실 것입니다.

실제 제가 오키나와에 있을 때, 비행기 폭음으로 인한 피해를 직접 받았습니다. 비행장 정비를 하거나, 해외 훈련이 있을 때를 빼고 비행기 폭음은 낮이나 밤이나 계속 들립니다. 해가 지고 밤 11시가 넘어도 헬기가 날아다니곤 했지만, 어느 날인가는 제 숙소였던 5층 건물 곁으로 전투용 헬리콥터가 한 대씩, 때로는 쌍으로 쉴 새 없이 날고, 정해진 비행제한 시간이 넘은 밤 10시가 지나도록 엄청난 폭음을 내며 숙소 건물 위, 옆으로 하도 낮게 날아다니는 통에 제 작은 딸이 아주 질겁을 하면서 공포에 질려 두 손으로 귀를 꼭막고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너무 놀랐던 탓인지 그 후로는 헬기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면 귀를 막고는 금새 제 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서울에 돌아와서도 반복되었습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가 사는 상일동 일대로 헬기, 비행기 등등이 마찬가지로 엄청난 폭음을 내면서 날아다녔습니다. 여전히 오키나와 기노완시 후텐마 기지 근처에 있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동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소음과 관련된 일은 구청에 문의하라고 했습니다. 구청에 전화를 걸었더니, 상일동이 하남에 있는 군부대 근처이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비상상태이긴 하지만, 아마 선거가 끝나면 잠잠해 질 것이라는 묘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경찰서로 전화를 했습니다. 헬기의 엄청난 소음으로 인해 아이들이 공포에 질려있고, 늦은 밤에도 거주 지역 상공 위로 저공비행을 하면서 헬기가 날아다니는 것은 훈련보다는 공포 분위기 조성이 아니냐고 항의를 했습니다. 그러자 하남 군부대에서 책임을 맡고 있는 분의 전화번호를 알려줄테니 거기에 전화 하면 제게 성실하게 답변을 해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성실한 답변을 하려면 직접 제게 전화를 걸도록 해달라고 했더니 군부대에서 민간인에게 직접 전화 할 수는 없다고 하여 결국 통화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실제 6.2 지방선거가 지나고 나서는 잠잠한 듯 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슬슬 발동이 걸리는 듯 하더니만, 지난 9일까지 헬기소리가 또다시 요란했습니다. 육,해,공 합동 서해 해상 기동훈련 때문이지요. 백령도 주변 북방한계선(NLL)에서 있을 수 있는 충돌에 대비한다는 이 훈련은 상당히 도발적인 것이어서, 결국 이에 대응하는 북조선 측의 해안포 사격훈련이 진행되었고, 10여발이 NLL을 넘어 왔느니 어쩌니 하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 교회 오는 길에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대표적인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전원책 변호사는 남한 군의 대응에 대해서 말하면서 국방부는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실함을 감추고 국민들에게 눈 가리고 아웅 한다며 맹비난을 하더군요. 국방부, 외교부는 개각에서도 빠져있다며 아주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안보가 위협 당하는데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다고 군의 위기를 개탄하는 이 목소리는, '한심하다', '왜 북의 눈치를 보느냐' 등등 여러 언론매체들과 합세하여 현재 북조선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다며 감시 태세 수위를 높이게 했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섬뜩한 기운을 느낍니다.

무기, 무력을 내세우고 위용을 과시하려 들면 상대 역시 똑같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좀더 센 무기, 좀더 좀더 하다가 엄청난 무력충돌이 생기고, 전쟁으로 번진다는 것을 .... 아마 그들도 잘 알고 있겠지요.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북조선을 늘 몰아세우지만, 실은 남한이야 말로 미국과 한 세트로 위협을 가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9월에는 다시금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를 투입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이에 대해 중국은 발끈하고 나섰으니, 한반도를 끼고 미국과 중국이 겨루고 있는 힘 대결의 불씨가 어디로 어떻게 튀려는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쑥대밭을 만들어 10만명의 사상자를 내놓은 이라크에서 철수를 시작하여 내년엔 나머지 미군 5만명도 완전 철수하겠다고 하니, 이라크 철수는 반가운 일이지만, 그 후로 어디서 뭘 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좀만 생각해보면 한반도는 갈수록 더 긴장상태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저항하지 않는 이유-자발적 예속]


광복절. 오늘을 그렇게 부르지요. 빼앗긴 주권이 도로 복권되었다고 ‘광복(光復)’이라고 합니다. 강제병합 100년, 광복 65년을 맞은 2010년.

간 나오또 일본 총리가 “식민지배가 가져온 수많은 손해와 고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를 표명 한다”라고 했지요. 실은 사죄라는 단어는 謝罪(しゃざい、샤자이)라는 명확한 단어가 있음에도 '오와비(お詫び)' 즉, 사과라는 말을 썼고, 234분에서 이제는 87분만이 살아계신 위안부 할머님들에 대한 언급도 빠져있습니다.


어젯밤 NHK에서는 "함께 논하자! 한일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한일 젊은이들과 전문가들이 나온 토론회를 방영했습니다. 끝까지 보진 못했지만, 서로 더욱 잘 알아야하지 않겠냐, 한-일이 힘을 합치면 동아시아의 평화가 오지 않겠냐 등등의 댓글들이 화면에 계속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미국, 중국, 남한, 북조선, 그리고 일본. 6자회담에는 러시아까지 포함이 됩니다만, 여튼, 일본은 현재 철저히 미국 편에 서서 제 2인자 자리를 즐기고 있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일입니다.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현 밖으로'라는 우찌난쭈의 단결된 목소리를 무시한 채, 천안함 사태 이후, 미국이 오래 전부터 점찍어 두어, 8년 이상 농성이 계속 되고 있는 헤노코로 기지를 옮기겠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남한 역시 천안함 이후에는 한일미 이렇게 완전히 짝짝꿍이 잘 맞는 것을 과시하듯 손발을 착착 맞춰오고 있습니다.

서로 잘 알아야 하는데도, 남한, 일본, 중국, 평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나라들은 지난한 역사를 보는 눈에 있어서도 자국 중심으로 보지, 서로의 관계를 제대로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미래의 세대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근래 이 3개국 역사교과서 분석 결과에 나타난 바 있습니다.

오키나와가 중국의 속국~일본~미국~일본으로 그 지배체제가 바뀌었듯이, 한반도 역시 중국~일본~러시아/미국을 거쳐 중국/미국 등 실세를 장악하고 있는 주체가 변해 왔습니다. 현재의 종속상태는 제국주의의 복잡하고도 다양한 압박과 함께, 먼저 상납하기, 알아서 기기 등의 수치스럽고도 줏대 없는 정부의 이중 잣대로 인해 이 땅의 민중들만 옥죄임을 당해가며 신음하고 있습니다. 광복 65년이라고 하지만, 중첩되어 가는 종속으로 인해 참다운 광복은 어디매 쯤인지 목이 매여 옵니다.

군사개입, 외교권 박탈 그리고 내정간섭, 군대 해산, 그리고 강제합병 체결로 본격적인 식민지로 만든 이후, 값싼 식량과 원료를 공급하기 위한 기지로 한반도를 전락시키고,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기지화 하고, 모든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직접 지배를 추진했던 것이 일제시대, 식민지시대입니다. 그렇다면 한층 더 교묘해진 미국의 신식민지로 전락해 있는 오늘날의 남한과 당시의 조선은 얼마나 큰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요? 일제시대에는 독립운동이 전국각지에서 불일 듯 일어났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들어보면 어떨까요? 물론 일제 말기에는 참담한 시기를 지났고, 그 결과 현재의 종속상태로 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말입니다.




저항하지 않는 이유는 저항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이러한 자발적 예속이 핵을 쥐고 싸우는 전쟁만큼이나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저항해야 할 이유를 모르는 것은 이미 일상에 너무 녹아나 있기 때문이지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일제에서 광복되었다고 기뻐했지만, 정작 새로운 종속의 시작에 대해서는 안일했던 것이지요.

오키나와의 저공비행으로 인한 폭음을 앞서 말씀드렸지만, 오키나와에서는 이 저공비행이 일상의 일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수업 중에 비행기 굉음이 나면 멈추었다가 다시금 시작하고, 비행기 폭음으로 인해 귀가 멀어가도 이에 대해 덜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습니다. 저희 집에 매일 같이 놀러왔던 오키나와 초등학생들에게 물어도 ‘원래 그래요~’라고 답합니다. 젖어간다는 것, 일상의 일부로 여긴다는 것. 그것이 무서운 것이지요.

평화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큰 장벽 중 하나가 미 제국주의이고, 이는 군사 뿐 아니라, 경제, 정치, 문화로도 이미 너무나 깊숙이 들어온 탓에 우리네 삶 자체가 이에 푹 젖어 있다는 것입니다. 65년 동안 젖어 오다보니, 우리들의 일상이 실상 미국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지요. 이렇게 마비되다 보니, 자발적 예속의 도는 점점 높아져 가고, 거기에 묶여 있다 보니, 저항의 의미조차 잃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배울 것들, 많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자원이 풍부한 미국, 길가다 삐끗해서 넘어지면 너도나도 다가와서 괜찮냐고, 걸을 수는 있냐고, 병원에 가야 하지 않냐고 친절히 묻는 미국인을 뭉뚱그려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말을 잘 들으십시오. 저는 미 제국주의, 군국주의, 자본주의를 언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화를 강력하게 위협하는 것의 실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예언자 이사야가 우리에게 외치는 "죽음과 계약을 맺었다. 저승과 협정을 체결했다"고 "자신만만하게" 떠드는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임박한 위험에 직면했으면서도 인간적인 도움에 의지하고, 힘 있는 권력에 기대어 동맹정책을 펴는 자들은 누구입니까?

'민족'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내걸고, 이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편쯤으로 여기는 자들, 이 사회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이들이 부르짖는 민족, 그리고 민족통일은 오히려 파멸을 가져 올 것이 분명합니다. 국가 권력, 군사력 등을 기반으로 형성된, 군사 제1주의에서 비롯된 각양각색의 폭력을 유발하는 민족국가는 오래 갈 수가 없습니다.

법도 없고, 정의도 없는 거짓 평화만을 부르짖을 뿐입니다. 채찍에 산산히 부서지는 것들에 기대는 평화는 '거짓 평화'입니다. 쇠퇴해 가는 강국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동맹이네, 혈맹이네 해봐야 자멸하는 길 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자발적인 예속의 도를 높여가는 MB를 비롯, 정부 고관들, CEO들, 지식인들, 별이 몇 개씩 달린 사람들에 대한 맹비난을 하고 있지만, 평범하기만 한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 역시 알게 모르게 자발적인 예속에 한 몫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전쟁이 내 앞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니 나는 평화롭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입니까? 전쟁의 가능성이 늘 도사리고 있는 이 정전체제에서 전쟁 자체가 일어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평화협정으로 남한과 북조선이 나아가는 것은 물론이요, 거기에 그치지 않고, 평화 그 자체, 맘 놓고 숨 쉴 수 있는 것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모든 반(反)평화적인 요소를 거두어내는 그 날이 되어야 참 평화, 참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민족의 굴레로, 다급하니 우리끼리 먼저라고 우선순위를 둔다고 평화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민족의 굴레로, 네모면 네모, 세모면 다 세모라는 식으로 획일화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참다운 평화통일의 길과는 멉니다.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더럽게 여겨진다'는 오늘 하늘말씀처럼, 쉽게 심판하면서 넘어뜨리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열광주의자들, 늘 말로는 정의와 평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불의와 분열을 일삼으면서 하느님 나라의 본질을 왜곡시켜온 우리를 포함한 기독인들이야 말로, 얼마나 사랑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의 도리를 다해왔는지 '광복'을 맞이했다는 이 날,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서부터 통일을 살자!]


어제 홍근수 목사님의 「양키 고 홈」영역본 출판기념회를 겸해 생신잔치를 인천사랑병원에서 했습니다. Yangkee, go home!을 이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를 외치면서 동시에 속으로 "Let yangkee go home!"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들 스스로 물러가기도 해야겠지만, 우리 땅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그리고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Yangkee 를 우리가 떠나보낼 때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물러가야 하는 때가 이미 65년이나 지나긴 했지만,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 때입니다. 있어 달라고, 내 살림 몽창 다 내줄테니 머물러 달라고 구걸하는 일을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 때문에 'Let Yangkee go home!' 이라고 외쳐야 한다는 것이지요.


향린교회는 1993년 통일공화국 헌법을 제안하면서, 통일의 염원과 방법, 통일된 민족공동체의 상을 담아내었습니다. 그것이 여러분들 개개인에게 미치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수는 없습니다. 단지, 우리 교회는 통일 공화국 헌법도 제안했다, 선에서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통일공화국 헌법에는 '민주, 자주, 자유, 평등'을 담고 있고, 민주정치, 경제적 정의와 평등의 구현을 담고 있습니다. 모든 민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담고 있기에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17년 전에 무상 교육 실시, 여성의 권리, 동일 노동/동일 임금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교회가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비젼을 제시해야 하는 단계에 있기에, 한 지역교회가 이러한 헌법을 제안한다는 것이 분수에 넘치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40주년을 맞는 해에 초안을 내민 것은 통일된 후에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들이 이렇게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살지 못하게 하는 반평화적인 것들에 저항해 나가야, 그제서야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냐는 '광야에서의 외침'이라고 여깁니다.


오늘 오후, 귀환예정이셨던 한상렬 목사님은 그 시기를 조금 늦추셨다고 합니다.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는데도 가스통 메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천명이나 모여서 긴급 체포조를 만들며 난리를 치는 통에, 너무 집중되어 있는 시기에서 좀 늦추어야겠다고 판단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 손에 잡히는 날에는 그야말로 한가운데 몰아놓고 생명을 앗아가기 위한 악다구니를 부리겠지요. 야만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역에서는 '천안함 진실 규명과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리고, 시청광장에서는 한기총과 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815 대성회'가 열립니다. 815대성회는 전국 70개 도시, 세계 9개 도시 등 100만명이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숫자와 물량으로 대공세를 폅니다. NCC가 손을 잡아버린 한기총의 대표회장은 한상렬 목사가 속한 교단에서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기자 회견을 하기도 했습니다. 거짓 화합, 거짓 평화에 항의하는 의미로, NCC가 매해 조선그리스도교 연맹과 내는 평화통일 주일 공동기도문을 예배 때 낭송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중적인 NCC의 태도에 분노하기 때문입니다.


백 만가지 말이 더 이상 필요합니까?

오늘의 이사야 말씀 맨 마지막 절의 ‘포승에 꽁꽁 묶이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는 그릇된 정치 지도자들, 그릇된 종교 지도자 뿐만 아니라, 우리들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경고입니다. 쉽게, 안일하게, 젖어드는 가운데 잡아버린 손. 성령을 거스른 채 하느님이 아닌 맘몬을 신으로 여기고 굽신 거리는 몸. 거짓말과 속임수를 넘나드는 발. 입과 머리는 평화평화, 통일통일을 외치면서도 손과 발과 몸은 자본의 포승에 꼭꼭 묶여 분열과 적대를 일삼고 있는 우리 자신을 제대로 깨달을 때, 하느님을 참으로 기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가시철조망. 이 가시철조망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는 '악마의 줄'로 불리웠답니다. 날카로운 금속 조각들을 매달아 만들기 시작한 철조망은 그 특허만 해도 570여가지에 이를 정도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지요.

그렇게 해서 철조망을 발전시켜 온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돈을 챙기고, 자신의 사유물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느라 철조망을 사댄 사람들은 권력과 부를 동시에 거머쥐고, 자본의 철조망에 갇혀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없이, 더 이상 갈데도 없이 그야말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가시 철조망은 남과 북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들 사이에도 있습니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가시에 찔릴세라 한발자욱씩 멀찌감치 떨어진 채 우리는 마주 보고 있습니다.

자본으로 승부를 내고자 하는 돈의 철조망은 우리 모두를 포승줄에 묶듯 꽁꽁 묶어 놓고 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십시오. 우리를 묶어 놓고 있는 것은 정녕 철조망 입니까? 아니면 길들여져 있는 우리 스스로가, 그저 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까?

남과 북 만이 아니라, 이 사회에 스며있는 미움의 골짜기들을 가로질러 마음껏 흘러가는 그날을 위해 우리 평화를 도모하고, 서로 도움이 되는 일을 위해 힘씁시다.


그래서 그 날!

녹슬은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갑시다.


마지막으로, 김민기 님이 글과 가락을 붙인 “철망 앞에서”를 듣겠습니다.

[철망 앞에서-김민기 곡, 조동호 편곡, 빛바람 노래

http://www.youtube.com/watch?v=KKgsHhgLYF8]


 

[파송사]


편안히 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사팔뜨기가 된 우리의 눈이 제대로 돌아

산이 산으로, 내가 내로, 하늘이 하늘로,

나무가 나무로, 새가 새로, 짐승이 짐승으로

사람이 사람으로 제대로 보이는

밝고 싱싱한 꿈,

평화롭고 자유로운 꿈.


그 꿈을 잃지 말고

그 꿈을 이루어 가기 위한 일상의 예배를 이어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