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눔공동체 농촌환경 안내글
평화나눔공동체 농촌환경 안내글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 농촌환경소모임 12월 정기모임 발제문 / 2008. 12. 2 / 이 영 일
|
2004년 2월에 도서출판 들녘에 의해 출간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은 한 일본 농업관료인 요시다 타로가 농업혁명의 진원지인 쿠바의 아바나를 심층분석한 리포트이다. |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양 진영간의 냉전체제 대립은 구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의 내적인 모순에 의해 국제사회는 자본주의의 일방적인 재편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쿠바 경제를 지탱해주던 동구권 공산국가들이 몰락함과 동시에 시작된 미국의 경제봉쇄로 인해 쿠바는 극심한 굶주림에 봉착한다. 쿠바는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한때 잘 나가던 사회주의 국가였지만, 세계 경찰국가 미국이 취한 경제봉쇄는 생각보다 국가 경제를 급속도로 위축시켰다. 굶주리는 시민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는데 특히 갓 태어난 영아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려 죽는 등 사태가 심각했다. 이에 따라 카스트로 정권은 자급자족의 먹거리 생산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웠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에서 시행한 도시농업이다.
도시농업이란 말 그대로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을 말한다. 농촌에서 대규모로 경작하는 방식과는 달리 짜투리 땅이나 텃밭을 이용하여 그날 그날 먹을 채소 등을 생산해내는 구조이다. 이를 위해 '오가니포니코'라는 만능밭을 개발하여 심지어는 콘크리트 위에서도 밭농사를 지을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1) 식량위기를 극복한 쿠바가 2) 생태도시로 거듭나 3) 녹색도시와 4)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를 통해 5) 21세기 도시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는 한 일본 관료가 벤치마킹한 보고서이다.
당초 발제자는 아바나를 생태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특별한 정책이 소개되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는 다르게, 이 책은 쿠바의 정치적 사회적 맥락을 역설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또한 이어지는 정책과 대안의 소개도 사회주의 체제가 맞게 되는 위기와 경제 붕괴 등의 상황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으로 기술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주로 접하게 되는 유럽 선진도시들의 정책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선택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쿠바의 생태도시정책은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한 생존의 차원인 것이다.
이 책은 막대한 지원을 해주던 소련이 붕괴되고, 미국이 경제봉쇄정책으로 압박하면서 경제가 파탄나고 앞길이 막막했던 쿠바가 다양한 노력으로 벗어난 일화를 그린 책이다. 다양한 노력은 책의 상반부를 읽었을 때는 유기농업과, 지역 채소의 보급(도시농업) 등의 정책으로 이러한 위기를 벗어난 줄만 알았다. 책의 제목처럼 쿠바가 이러한 위기 속에서 벗어나는데 친환경적인 정책이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그 노력은 단지 농업정책의 변화뿐만 아니라, 풀뿌리 권력의 육성, NPO(NGO)의 활성화와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 등 사회전반에 걸쳐 변화가 이뤄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다양한 노력은 인구 220만이 넘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유기농 채소로 식량자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서울시민들이 아파트 단지마다, 길가 곳곳마다 채소를 길러서 아침에 소쿠리들고 다양한 쌈채와 고추를 따와서 밥을 싸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비슷할까? 생각만 해도 재밌고, 아름답다. 서평을 쓰다말고 그러한 도시의 모습을 상상을 해보았다. 과연 꿈일까? 쿠바이니까 가능하고 우리나라는 불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였고, 카스트로의 독재정권으로 막강한 권력으로 시민들을 통솔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민주주의 국가인 자기 나라에선 국민들이 제대로 통솔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자인 요시다 타로는 이러한 질문에 도시농업 그룹의 에우페니오 후스텔 장관의 의견을 인용하여 대답한다.
<"쿠바가 전국적으로 도시농업과 유기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련의 붕괴와 미국의 경제봉쇄라는 두 가지 봉쇄가 있었다고 외국사람에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세 가지의 봉쇄를 겪었습니다. 세 번째의 봉쇄란 나를 포함한 쿠바인들의 머리, 즉 의식의 봉쇄입니다. 이 봉쇄를 푼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였던 것입니다." "소련이 반드시 원조를 해줄 것이다.", "카스트로가 무언가 조치를 취해 줄 것이다." 쿠바인들은 이런 타인에 대한 의존심에 흠뻑 빠져있었다. 이와 같은 타인에 대한 의존적 발상을 깨부수었을 때 쿠바의 진짜 개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즉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으로 변화되었다기 보다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고를 전환하고 노력을 할 수 있게끔 정부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말로 풀이가 된다. 사고의 전환은 남이 억지로 바꾼다고 해서 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의 사고를 억제하고 정부의 주장대로 바꾸려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더 나은 의식으로 바뀌려는 데 귀를 기울이고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닐까?
쿠바는 유기농으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통해 10년 만에 식량 자급률을 45%에서 90%로 끌어올림으로써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되었다. 이러한 쿠바의 실험은 다음과 같이 농업에 대한 기존의 속설을 뒤집어엎게 되었다.
- 농업은 농촌에서만 이루어지며 도시는 소비지일 뿐이라고 하는 속설 : 제한된 공간 안에 다수의 인구가 밀집해 있는 도시에서도 농업은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유기농업은 생산성에서 관행농업을 넘어설 수 없다는 속설 : 쿠바의 실험이 갖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국가적인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이 유기농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면 생산성은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 문제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가 여부이다.
- 소규모 영농은 효율성에서 대규모 농장보다 못하다는 속설 : 실험의 결과는 유기농에 가장 적합한 농업 경영 형태는 소농이었다.
- 지역 단위 자급자족은 구시대 시스템이라는 속설 : 도시농업의 발전은 지역단위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산물의 양을 확대시켰으며 신선도 등에서 많은 강점을 보이게 되었다.
- 쿠바처럼 영토가 좁은 나라는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속설 :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공간에 대한 창조적 접근이 이루어지면 좁은 국토에서도 농산물 자급은 충분히 가능함으로 입증하였다.
쿠바의 실험은 궁극적으로 농업, 생태, 지역공동체, 복지, 여성 등의 의제가 하나의 사회유기체를 구성하면서 사회 전체의 혁명적 재구성이 가능함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 현실에 대한 비판적 재구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앞서 언급했던 쿠바의 노력(풀뿌리 권력의 육성, NPO(비영리시민단체)활성화, 지역커뮤니티의 활성화)은 오히려 민주주의 국가가 더 잘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미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못할 것이 없다.
다만, 이러한 정책들을 일일히 따라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식량문제(심각한 해외의존도, 안심 못하는 먹거리 문제)를 벗어나게 해주는 게 아니고, 정부는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고, 국민은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정부를 믿고 따르는 자세에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친환경적인 정책은 자연스럽게 나오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친환경적인 것은 본래 자연의 일부인 우리의 자연스러운 본성 안에 이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의 개발과 실현에 독일 NGO의 지원이 컸다는 점과 오늘날 아바나가 생태도시로 불리게 된 시점에서 샌프란시스코와 일본의 NGO가 아바나의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점 등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책을 쓴 이가 일본 농림수산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라는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세계의 식량문제와 환경문제의 대안으로 도시농업을 제안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유엔이 도시농업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점과 특히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중동, 동유럽에 산재한 개발도상국과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에 미치게될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 지구온난화방지에도 특효약이 될 것이라는 점 등은 책의 말미에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함축적 의미가 적지 않게 여겨진다. 결국 이것이 우리가 쿠바, 아바나에 주목하는 이유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향린공동체가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실천적인 운동을 전개하려면 교회 전체가 도시농업에 관한 정책적인 선교를 지향해야 함은 물론, 교인 자신이 먼저 생태와 환경에 대한 사고의 전환과 함께 변화를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도시농업운동의 이론과 실제 그리고 철학적인 비젼, 이것이 바로 쿠바가 다양하게 노력한 풀뿌리 권력의 육성과 NPO(비영리시민단체)활성화 및 지역커뮤니티의 활성화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따라서 도시농업운동 전개를 위한 현재의 농촌환경소모임의 소모적인 사업방식은 그 한계를 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첫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교회 차원의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그리고 조직적인 사업 전개를 보다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부 생명환경위원회의 사업 위상과 역할을 지금의 직거래 중심의 사업에서 대폭 확대하여 도시농업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와 의제를 꾸준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사업 추진을 해 나가야 한다. 둘째 구조적인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교회의 모든 조직들이 설교와 강연, 토론 등을 활성화하고 우선적으로 교회 공간에서부터 시범적인 사업을 수행해 나가면서 점차 구역 단위로 확대 재편하여 가시적인 사업의 성과와 함께 자신감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농사를 지어보지 않던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교인들부터 자발적으로 환경과 생태를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삶의 모습을 바꿔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교인들의 의식구조의 변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아젠더와 도시농업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는 향린공동체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 도시와 국가가 어떻게 발전해나가야 할지를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끝>





